김민석 민주당 대표, 첫 고위당정서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양도세 개편에 신중론
당정,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 인정 확대 공감…민주당은 “1주택 거주·비거주 구분 없애야” 요청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김 대표는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제10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와 세제 개편 방향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전제한 뒤 비거주 1주택자 문제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개편안에 대한 보완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오후 당정 협의 결과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정부와 민주당은 불가피한 사유로 실제 보유 주택에 살지 못한 1주택자의 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주당은 종부세의 경우 1주택자에게 거주·비거주 구분 자체를 두지 않는 방안도 강하게 요청했다.

김민석 “비거주 1주택자 사유 폭넓게 인정해야”
김 대표가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비거주 1주택자다.
김 대표는 직장이나 가족 문제, 해외 체류 등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자신의 집에 살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실의 다양한,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면서 사각지대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종부세 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다르게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18일 공개한 설명 자료에 따르면 거주용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되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축소된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공시가격 상승만으로도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200%로 확대하는 방안은 “깊이 있는 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도세도 제동…“전월세 시장 영향 세심하게 봐야”
양도소득세 개편안에 대해서도 조건부 동의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기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기간을 더욱 중시하는 ‘장기거주소득공제’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실거주 중심 주택시장을 만든다는 정책 방향 자체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집주인의 실거주 수요가 늘어날 경우 임대주택 공급 감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월세 시장에 부정적인 파급을 미치지 않을지 세심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제 개편이 매매시장뿐 아니라 전·월세 매물과 임차인의 주거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정 결국 수정 논의…“1주택 거주·비거주 구분 없애달라”
김 대표의 공개적인 보완 요구는 이날 오후 당정 협의 결과에도 반영됐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하는 경우 거주로 인정하는 범위를 확대하는 데 당정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종부세에서 1주택자는 거주 여부에 따라 구분하지 않도록 정부에 강하게 요청했다.
현재 정부안에는 1주택자가 1년 이상 거주하다 취학·전근·질병 치료·해외 체류·부모 봉양 등으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게 될 경우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하는 예외 규정이 포함돼 있다.
당정 논의에 따라 앞으로는 육아·양육이나 가족 돌봄 등으로 적용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구체적인 예외 사유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부 수정안과 관련해 다음 주 중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세제 개편안은 9월 1일 국무회의 보고, 9월 3일 국회 제출이 예정돼 있다.
“주거 안정 핵심은 공급”…500세대 이하 정비사업 권한 이양도 추진
김 대표는 세금을 통한 수요 조절과 별개로 주거 안정의 핵심은 주택 공급 확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방위적인 택지 마련과 부동산 공급 확대를 위해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전부 다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도 이날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 대책에 뜻을 모았다.
서울에서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기초단체장에게 이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관련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용산공원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이 부분은 아직 최종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정부와 치열하게 토론”…‘반기’보다는 여당의 조정 역할 강조
김 대표의 이번 발언을 이재명 정부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김 대표 스스로 정부의 부동산 공급 확대와 세제 개편 방향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동시에 집권여당 대표로서 민심과 시장 영향을 반영해 정부 정책을 수정·보완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당정청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되 “건강한 긴장감을 잃지 않고 정부와 치열하게 토론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23일 회의는 새 지도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고위당정협의회다.
따라서 이번 발언의 핵심은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기보다는 정부 세제안 가운데 비거주 1주택자와 임대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여당 차원에서 수정·보완하겠다는 메시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