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실종 신고된 60대 남성, 재신고 하루 뒤 시신으로 발견
담당 A경장, 장미란씨 사건도 유사하게 종결한 혐의…경찰 긴급체포
제주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무사하다”며 사건을 종결했던 60대 남성이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현재 3개월 넘게 실종 상태인 장미란(37)씨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같은 경찰관이었다는 점이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22일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연락됐다, 무사하다”…알고 보니 51일간 실종 상태
숨진 채 발견된 60대 남성 B씨의 가족은 지난 7월 2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A경장은 얼마 뒤 가족에게 B씨와 연락이 닿았으며 무사하다는 취지로 알렸다. B씨가 자신의 위치를 가족에게 알려주길 원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실종 사건은 종결됐다.
하지만 실제 B씨는 가족과 계속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경찰이 B씨의 안전을 직접 확인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다시 움직인 것은 장미란씨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뒤였다.
B씨 가족은 장씨 사건 보도를 접한 뒤 자신들의 가족 역시 여전히 실종 상태라며 지난 21일 다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재신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과거 B씨 사건 담당자가 장씨 사건을 맡았던 A경장이라는 사실과 사건이 허위로 종결된 정황을 확인했다.
이후 수색에 나섰지만 B씨는 다음 날인 22일 제주 모처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최초 신고 51일 만이었다.
경찰은 유족의 뜻에 따라 B씨의 구체적인 사망 장소와 사망 시점, 경위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장미란씨 사건도 똑같았다…신고 2시간30분 만에 종결
A경장은 현재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제주 실종자 장미란씨 사건도 담당했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15분께 제주시 한림읍 주거지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장씨에 대한 첫 실종 신고는 5월 15일 오후 6시43분께 접수됐다.
그러나 A경장은 신고자에게 장씨와 통화했으며 장씨가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기를 원한다는 취지로 설명한 뒤, 약 2시간30분 뒤인 오후 9시16분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확인 결과는 달랐다.
제주경찰청이 장씨의 통신기록을 조회한 결과 최초 실종 신고 이후 장씨와 A경장이 통화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경찰서의 자체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장씨 가족이 지난 7월 19일 다시 실종 신고를 하면서 사건은 뒤늦게 재수사로 전환됐다.
하지만 최초 신고 이후 이미 두 달 넘게 지난 시점이었다. 주변 CCTV 영상 상당수가 보존기간 경과로 삭제되는 등 초기에 확보할 수 있었던 단서가 사라졌을 가능성도 커졌다.
장씨는 23일 현재도 찾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한림항과 주변 해안, 농로, 폐가 등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같은 방식의 허위 종결 더 있나…담당 사건 전수조사
경찰은 A경장이 실종수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처리한 다른 사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A경장은 장씨 사건뿐 아니라 B씨 사건에서도 실종자의 실제 소재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사하다’는 취지로 알리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내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도 관련 사건의 관리 정보가 해제되거나 삭제된 정황이 확인돼 구체적인 처리 경위를 조사 중이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3일 제주경찰청을 찾아 수사와 수색 상황을 점검했다.
홍 본부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실종 사건 ‘셀프 종결’ 막는 이중장치 도입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종 사건 종결 시스템 자체도 바뀔 예정이다.
기존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는 담당자가 직접 실종 사건을 해제할 수 있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최종 종결을 반드시 승인하는 이중 확인 절차가 없었다.
경찰청은 담당자가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입력 내용을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승인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방침이다.
장씨 실종 사건과 B씨 사망 사건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경찰은 A경장의 다른 실종 사건 처리 내역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허위 종결 경위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